<형제는 용감했다>의 온유
반짝반짝 빛나는
┼ 그의 첫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만난 온유는 "안녕하세요, 빛나는 샤이닙니다!"를 씩
씩하고 환하게 외치던 브라운관 속의 '그' 귀여운 소년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얘기
냐면...글│배경희 사진│김호근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저녁 여섯 시, 우리는 사진 촬영을 진행하기로 한 빌딩의 옥상에서 온유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촬영 준비가 끝나자 스태프들 간에 연락이 오가고 잠시 후 온유가 나타났다. 하지만 웬걸. 청바지에 하늘색 재킷 차림으로 느릿하게 걸어오는 모습은 소년보다는 점잖고 무뚝뚝한 영국 신사에 더 가까웠다(물론 여전히 귀엽긴 했다). 카페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온유의 등장에 웅성거리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우리는 속전속결로 촬영을 끝내야 했다. 사실 이 정도의 반응은 놀랄 일도 아니다. 그는 지금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리더 아닌가.
스타 캐스팅은 여전히 공연계의 뜨거운 감자이자 안팎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효한 카드다. 동시대 아이돌 스타의 출연이라면? 물론 더욱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현재진행형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온유의 뮤지컬 출연 소식은 화제를 모았고, 티켓은 매진됐다. 설령 출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다 하더라도, '맡은 일은 제대로 하자' 주의의 욕심 많은 소년은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바쁜 스케줄, 불충분한 연습 시간, 사람들의 높은 기대 등) 새로운 도전이 망설여지진 않았을까? "전 소식을 듣자마자 아, 정말요? 바로 하겠습니다, 했어요." 그리고 차분히 자신은 어려서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있었고, 노래, 춤, 연기를 한꺼번에 하는 뮤지컬 배우를 동경해 왔으며, 연습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틈틈이 연습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차례로 덧붙였다. 대본을 처음 받아 본 곳이 해외 프로모션차 방문한 캄보디아였다고 하니 요즘 아이돌 스타들의 그야말로 범세계적인 활동 영역을 새삼 실감했다.
연예 기획사 연습생 시절에 받은 두 번의 연기 수업이 연기 경험의 전부인 그에게 검증받은 배우들이 선전한, 게다가 '선배님' 이지훈과 같은 역을 연기하게 된 <형제는 용감했다>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부담이 됐을 것이다. "처음엔 노래도 많고 외울 것도 많겠지? 하는 걱정도 되고, 정말 잘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대본도 재밌고 연출님이 잘한다고 칭찬 해주시니까 기분이 좋아서 편하게 했어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 얘기다. "이지훈 선배님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선배님인데 이렇게 만난다는 게 색다르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VS'잖아요. 같은 배역이니까. 그래서 더 재밌었어요." <형제는 용감했다>의 연습이 한창 진행되던 때 만난 이지훈은 온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아주 열정적이고 의욕도 강해요. 연습실에 오기 전에 공연 영상하고 CD를 통해서 준비를 되게 많이 해왔더라고요. 진도도 생각보다 빠르게 나가고 있고, 나 때는 새로운 걸 하는 걸 두려워 했는데 요즘 애들은 우리 때와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것 같아요."
처음으로 무대에서 연기를 하게 된 온유의 이번 목표는 '자신과 너무나 다른 그 중 역할(온유가 맡은 주봉은 자기주장도 강하고 욱하는 성질의 인물이다)을 소화하는 것' 이었다. 다소 시시한 대답일지 모르지만 이건 가장 정직한 바람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온유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말투 고치기' 였다. "뮤지컬은 대사 전달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제가 끝을 흐려 말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멀리 있는 사람한테 얘기하는 것처럼 크게 말하는 연습을 했어요. 그게 말투를 고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연습실에서 뿐 아니라 숙소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연습했다고 하는데 가만, 그럼 샤이니의 다른 멤버들에게 연습도 해봤을까?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화해서 실제 생활에서도 캐릭터처럼 행동하는 배우들이 있다고 해서 저도 이 캐릭터를 생활화 해보면 어떨까, 하고 멤버들한테 똑같이 흐흐, 한 번 해봤는데 흐흐, 반응이 안 좋아서 그냥 나는 나고, 캐릭터는 캐릭터구나 했어요." 그게 너무 재밌었다는 듯 계속 키득키득 웃던 온유가 웃음을 멈추고 한 음절 한 음절 힘을 주며 말했다. "근데 막상 극에 들어가면 그게 또 제가 되는 거니까 확실히 달.라.져.야.죠."
운동을 좋아하고, 뭘 하든 잘 긴장하지 않는 편이며(무대에 올라가서도 딱 5분만 긴장한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을 심지어는 카메라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말에 "남자다운 성격인데요" 라고 호응했더니 온유는 아니,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요? 그렇죠, 남자니까요." 너무 진지하고 천진한 표정을 하고 말하니 웃을 수가 없었다. 온유의 '남자다운' 성격은 다음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생애 첫 뮤지컬 무대에서 온유는 꽤 '큰' 실수를 저질렀다. 스물여덟 살을 서른여덟 살이라고 말해 형보다 나이 많은 동생으로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눅 들어 실력 발휘를 못했을 것 같나? 천만에. "전 나쁜 기억을 오래 가지고 가지 않아요. 실수했던 건 공연 끝나고 나서 잠깐 생각하고 집에 갈 때는 집에 가서 자야지, 하고 가는 거죠.(웃음)" (팬 사이에서 화제가 된 '진기(온유의 본명)의 하굣길' 이라 불리는 영상을 보면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문득 나는 엉뚱하고 진지한 이 소년에게 '무대란 어떤 의미인가' 하는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질문이 묻고 싶어졌다. 이에 대한 온유의 대답은"무대는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제일 편한 자리죠. 저는 인터뷰 같은 거 하면 잘 못해요."였다. 그렇다면, 무대에서 난 이걸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할까? 운명을 단정짓기에는 앞으로 너무도 많은 가능성이 있는 스물두 살의 청춘일지라도 말이다. "피곤하고 지쳐서 힘없이 무대에 올라갔는데 많은 사람들의 함성과 반응에 저도 모르게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순간 그걸 느낄 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만난 이래 그가 가장 반짝여 보이는 순간이었다. 온유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끝이 났고, 인터뷰라는 '일'을 끝낸 온유는 가벼운 발걸음(전날 '하굣길 영상'에서 본 날다람쥐 같은 그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라는 '놀이터'로 떠났다. 인터뷰 내내 꼼짝 않고 이야기하느라 손도 대지 않았던 딸기 스무디를 아주 맛있게 마시면서.
요건 플레이 DB 인터뷰!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 무대 진출이 더 이상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실력보다 반짝 인기에 편승했단 비판도, 무대에 새로운 열정과 에너지를 불었다는 박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누구보다 탄탄한 기본기와 집중도, 무대장악력으로 배우라는 이름에 가능성을 스스로 더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당연히 인정해야만 할 것이란 의견에 이의는 없을 것이다.
무대의 기대치를 높이는 그 사람에 온유가 있다. 그룹 샤이니의 리더로,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를 외칠 땐 여심 잡는 샤방 가이 일 줄만 알았는데, 2010년 ‘루시퍼’에 이르러 한 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의 중심이 되었다. 예능 새내기이자 ‘MR제거’에도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입증한 실력파 싱어, 한정어를 거부하는 가능성의 이름으로 온유가 새겨지는 중이다.
두 번째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
오늘은 다섯 시간 정도 했어요. 사실 연습을 거의 못했어요. <형제는 용감했다> 때는 마지막 2주는 고정적으로 나갔었는데, 이번에는 못 그러고 있어요. (한숨 후 기합을 모아) 지금 상황을 즐겨야죠.
끝나고 더 하고 싶었어요. 좋아서요. 배우분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도 그렇고. 관객분들과 같이 2시간 동안 이끌어나가며 무언가를 서로 주고 받는 게 재미있어서 더욱 좋았어요. <형제는…>에서의 캐릭터가 워낙 까칠한 성격이라, 저도 많이 바뀌었는데, 까칠하게(웃음). (한 편에 앉아 있던 루나(에프엑스)가 “아니요, 부드러워요”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공연 러브콜이 많았는지는 모르겠는데(웃음)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하겠습니다, 했죠.
굉장히 꿈이 많고 열정도 넘치고. 정말 열심히 하지만 살짝 바보 같이, 엉뚱하기도 하고.(웃음) 정말 노래를 잘 불러놓고는 다리 세 번 떨고, 그런 부분이 있어요. 록 이라는 장르 자체가 에너지 넘치고, 작품에선 더 액티브 한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들을 더 즐겨야 된다고 생각해요. 록커를 꿈꾸는 친구지만, 거의 반 록커, 무명 록커잖아요. 그 상태를 연기해야 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록커의 혼을 불태우고 있습니다.(웃음)
고등학생 때 록 음악을 많이 듣잖아요. 그런데 이런 종류의 음악은 많이 들었던 게 아니라서 살짝 생소하긴 했어요. 그런데 듣다 보니 신나고, 할 거리가 많은 것 같아요. 음도 높고요(웃음), 정말 어려운 면도 있고, 배울 점도 많고요. 그래서 해 나가야 할 것이 많아요.
스티비 원더 콘서트 정말 가고 싶었는데! 스케줄하고 있었어요. 정말 저 울 뻔 했어요. 저도 막상 그런 노래를 주로 부르기 때문에 록 음악을 접하며 없지 않아 힘든 점이 있죠. 안 해 본 것이기 때문에. 이 작품 노래를 부르다 보니 그간 안 해봤던, 많은 걸 하게 되더라고요. 샤우팅을 한다던가, 또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고. 그런 걸 많이 생각하면서 하고 있으니 거의 3주 동안 제 목상태는 거의 가 있죠. 전 목이 확 상하거든요.(웃음)
저희는 안드류, 덕드류, 온드류, 그렇게 부르거든요.(웃음) 안재욱 선배님 뵙고 깜짝 놀란 게, 리딩 할 때 대본 읽으면서 동선을 하는데도 그대로 드류가 배어 나오시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제가 많이 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간 드라마, 연극, 뮤지컬, 수십 편의 작품을 해 오셨잖아요. 여유가 넘치세요. 처음 뵈었을 때 “노래 같은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연기는 너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도와줄 테니까 따라와라, 노래 같은 부분에서 네가 좋은 점이 있으면 말해라” 그렇게 서로서로 하자고요. 그런 여유 있는 모습들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에 비해 저는, 헤매죠.(웃음) 좀 들떠있어요. (에너지가 많다는 뜻인가요?) 좋은 말로 하면 그런 거고, 아니면 정신 산만한 거? (웃음)
제이 형은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같은 배역을 맡기도 해서 호흡을 맞춰보진 않았지만, 연습할 때 서로 이건 어떻다, 저건 어떻다, 동선은 어떻고 노래는 어떻게 해야 감칠맛이 나더라, 그러면서 정말 친해진 것 같아요.
가슴을 쿵쿵_치는 그 느낌
뮤지컬에 대한 생각이 원래 있으셨나요? 아니면 우연한 기회에?
후자도 있고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들 보면 ‘와, 멋있다, 언젠가는 한번 해 보고 싶다’, 그런 생각 했었는데 <형제는 용감했다> 하면서 좀 더 용기를 얻었어요.
공연, 특히 오페라, 성악 같은 것도 되게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중학생 때 바흐, 이런 작곡가들 공부하고 학교에서 듣잖아요. 그러면 집에 가서 찾아서 다시 들어보고. 많이는 아니지만 그랬던 것 같아요.
네. 오페라, 팝페라, 굉장히 매력이 많은 것 같아요.
작품의 에너지요! 작품으로 전달되는 에너지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오페라 같은 건, 되게 가슴에 꽂힌다고 해야 할까요?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느낌 아시죠? 마음을 막 때리는 거. 그런 느낌이 있어요.
전 영화 보면서 잘 안 울거든요. 근데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어거스트 러쉬’라는 영화가 2시간 30분 정도 하는데, 그 영화 보면서 2시간을 울었어요. 노래가, 하나하나 찾아가는 게 되게, 멋있어서, 그냥 눈물이 주루룩.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봐 오신 분들이 저희를 보고 요즘에 남자다워졌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처음에 연하남이 대세여서 그랬던 게 아니라 저희 모습이 그랬고, 그래서 보여드릴 수 있는 그런 부분의 노래를 보여드렸던 거고, 요즘은 이렇게 그 때 보다는 좀 더 깊어 보이는(웃음). 그 때보다는 살짝(웃음) 그렇죠.
나중에 라디오 DJ가 됐건, 연기가 됐건. 태민군 같은 경우는 연기도 했잖아요.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을 여건이 주어졌을 때 해 나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저희가 항상 조금 더 앞서서 현대를 이끌어 나가는. 그런 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어요. 컨템퍼러리 밴드, 하면 샤이니가 떠오를 수 있게 열심히 하자, 그러는 거죠. 그렇게 조금씩 되어 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링딩동’도 똑같고. 깜짝 놀랐어요.
처음 나왔을 때 모습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요.(웃음) 육체적으로도 크고, 머리도 크고.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것도 많이 빨라진 것 같고, 무엇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게 최고의 변화이자 장점인 것 같아요.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많이 보여드렸으니, 아, 얘는 이것도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 주시는 게 무척 좋은 것 같아요.
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누구나 한 번씩은 가수가 되고 싶다, 무얼 해 보고 싶다, 꿈꿔보잖아요. 저도 그거였던 것 같아요. 또 ‘할 수 있다’도 있었고요. 예전에 전 좀 쓸데없는 자신감이 많았어요.(웃음) 지금 스케쥴이 많지만 아, 못하겠다, 가 아니라 할 수 있으니까 한다,라고 생각해요.
오페라도 해 보고 싶고, 연기, DJ. 저 욕심 되게 많아요. 이상할 정도로 많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건, 해요.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목표가 생기면 꼭 해요.
잤어요, 저. (웃음) (꼭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주말의 영화 보고 왔다고 월요일에 그러더라고요.(웃음)) 쉬는 시간에 잤습니다.(웃음) 근데 정말 그게 틀린 말이 아니에요. 저는 지금 다 잊어버려서 모르겠지만, 그 땐 정말 열심히 했어요.
뮤지컬… 잘 해야죠, 잘해야 합니다.(웃음) 15, 16일 다 저에요. 저만 신경 쓰진 마세요.(웃음) 잘 할 거에요, 저.
1막 마지막 쉐리와 드류가 만나서 노래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부분에서 다른 배우들도 다 나와서 같이 노래하는데, 그 부분이 정말 많~이 공감할 수 있고 같이 즐길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또 2막 시작할 때 저는 안 나오지만 앙상블들이 나와서 하는데, 정말 많은 소리와 화음, 많은 에너지를 주는 장면이 있어요. 정말 거기서 뻥뻥 터져요.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