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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동요와 팝의 가운데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이진아의 투명함이 아련한 멜로디를 끌고 가는 동안, 베이시스트의 배킹처럼 은은하게 깔리는 온유의 보컬은 마치 연주곡을 듣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그는 조금 더 인정받아야 하는 보컬이 아닐까.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미묘하게 순간순간 툭 떨어뜨리는 저음과 기교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중음이 예쁜 멜로디에 더 이상 어울릴 수 없이 그윽하게 퍼진다.


<<돌돌말링>>
이진아의 작업물들엔 분명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유아기의 목소리를 매끄럽게 잘 내는 성인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에서 늘 일정 수준 이상의 신선함을 주고, '근데 이걸 영유아 동요처럼 감상해야 하나 성인이 쓴 팝으로 감상해야 하나' 하는 당혹스러운 기분도 준다. SM 스테이션을 통해 온유와 콜라보한 '밤과 별의 노래'는 어린이 같아도 너무 어린이 같아서, 예의 당혹감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온유는 의외로 덤덤하게 이 어린이와 같이 걸어주는데, 수더분한 청년 같기도 하고, 어린이의 그림자 같기도 하다. 분명한 건 온유는 별로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게 오히려 좋은 인상이란 것. 흥미롭게 들었다.

<<유제상>>
오해가 없도록 미리 이야기해두자면 평자는 이진아를 정말 좋아해서 〈케이팝 스타〉의 네 번째 시즌도 이진아 보는 재미로 보았고, 온유의 목소리 또한 정말 정말 좋아해서 이 목소리 잘 살린 솔로 곡이 왜 안 나오는지 늘 불만스러워했던 사람이다. 이 글을 읽는 분은 이쯤 되면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감이 오시겠지만, 정말이지 이 결과물은 평자 같은 (아마도 많지 않을) 온유+이진아 팬에게 실망감을 안기는 물건으로, 이진아의 일본 애니메이션 엔딩 곡과 90년대 뮤지션계 노래의 사이에 위치한 어느 지점의 밋밋함이 4분 내내 쏟아지는 과욕 넘치는 혼종이다. 유감스럽게도 신입생 환영회를 억지로 따라가 남들 즐겁게 술 게임할 때 구석 자리에서 이어폰 끼고 칸노 요코 듣던 친구들에게 이 곡은 전혀 낯설지 않다. 이진아의 재기 넘치는 신작을 기다렸던 평자는, 의혹의 눈초리를 그녀의 멘토에게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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