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SM아카데미 대표 출신 솔플러스 프로젝트 이솔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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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림 솔플러스 대표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가수뿐 아니라 프로듀서, 트레이너의 길을 열어 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솔플러스 제공

“우리 세대는 가수가 하고 싶다고 하면 ‘네가 딴따라냐’라는 소릴 들었지만 요즘은 달라요. 스타가 되지 못하면 업소에서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 시대도 아닙니다.”

소녀시대 태연, 샤이니 온유, 엑소 카이…. 이름만 말해도 탄성을 자아내는 스타를 키워낸 사람이 있다. 스타가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 ‘대장’이라 불리는 솔플러스 프로젝트의 이솔림 대표(46)를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2002년부터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아카데미의 대표로 일했다. SM아카데미는 가수, 연기자, 작곡가 등 엔터테이너를 양성하는 일종의 교육 기관이다.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많은 아이들이 이곳 아카데미를 거쳐 데뷔했다.

12년간 몸담았던 SM을 나온 그는 2013년 독립해 솔플러스를 차렸다. “SM 아카데미는 간판 때문인지 아카데미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그래서 꿈을 꾸는 아이들이 모여서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솔플러스는 4개월마다 20명의 아이를 뽑아 보컬, 연기, 댄스, 작곡 등을 가르치고 매년 한 번씩 공연 쇼케이스도 연다. 올해 쇼케이스는 8일 열렸다. 총 16팀, 54명의 아이가 나와 무대를 장식했다. SM, YG, 큐브, 로엔 등 대형 기획사 관계자 20여 명도 참석해 2시간 넘게 이어진 아이들의 공연을 봤다. “쇼케이스가 끝나고 몇몇 기획사에서 10명 정도의 무대를 다시 보고 싶다고 전해왔어요. 꿈을 펼치는 공간뿐 아니라 실제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물론 그도 아이돌 스타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잘 안다. 그렇기에 ‘스타 만들기’가 솔플러스의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케이팝 등 한류의 확산으로 대중문화는 유망 산업이 됐고 기획자, 보컬 트레이너 등 관련 직종도 다양해 아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100명이 도전해도 1명이 될까 말까 한 게 이 바닥이에요. 하지만 작곡, 노래, 춤 등 자기가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다 보면 다른 쪽으로도 길이 열릴 거라 확신해요. 가수 준비가 아니라 대중문화, 대중음악에 대한 공부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솔플러스의 두 번째 쇼케이스가 열린 8일은 사실 이 대표의 생일이었지만 아이들 쇼케이스 무대를 봐주느라 김밥 두 줄로 생일을 보냈다. 그는 “생일날 케이크는 못 먹었지만 아이들 공연을 보며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며 “제2의 태연, 온유가 될 아이들을 보며 엄마 미소 짓는 게 요즘 제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 샤이니 "온유"
 
또 이솔림 대표는 온유도 빼놓을 수 없다고 이야기를 이었다.
 
“또 샤이니의 온유도 기억이 많이 나요. 본명이 진기인데, 진기도 너무너무 착하고 순수하고, 노래 목소리 보이스 컬러가 참 좋아서 ‘너는 잘 될 수 있으니 열심히 하자’라고 했죠. 근데 진기가 끼가 별로 없었어요. 쑥스러움도 많이 타고 해서, 지금 진기가 예능에 나와서 하는 거 보면 제가 봐도 손발이 오그라들고 그래요. (웃음) 진기가 저렇게 까지 될 줄은 몰랐죠. 잘 하고 있어요. 그때만 해도 아직 고등학생이고 그래서 뭐 괜찮았고, 워낙 보이스가 좋아서 이 아이를 잘 발견해내서 잘 가꾸어 주시면 굉장히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때가 아마 SM에서 슈퍼주니어인가 쇼 케이스를 할 때였어요. 아티스트 개발실에서 준비를 하거든요. 그래서 담당자께 ‘어차피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가 SM아카데미가 있다. 2-300명이 올 텐데 나는 아카데미에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우리 스테이지를 한 개만 넣어 달라.’라고 했죠. 물론 우리의 공연은 아니지만, 아카데미에도 이런 아이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사실은 사정을 좀 했어요.
 
그래서 허락을 받아서 진기랑 나머지 두 명의 친구랑 준비를 시켰어요. '아이들이 그렇게 보컬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은데 가지고 있는 소리는 굉장히 좋으니까 발라드 보다는 댄스 곡으로 하겠다. 짧고 굵게 댄스로 하고 뒤에는 다른 학생들을 백업 댄서로 해서 하겠다’라고 했어요. 근데 그 쇼 케이스가 댄스 하는 무대가 좀 많았기 때문에 ‘댄스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중간에 좀 사정을 해서 휘성과 거미의 Do it이라는 곡을 했어요."
 
"아이들이 연습을 하는데 제가 일부러 더 많이 혼을 냈죠. 저는 아이들이 무대를 서기 전에는 굉장히 무섭고 까칠하게 대해요. 왜냐하면 저는 늘 항상 저의 제자 이기 때문에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볼 수 있지만, 대중들은 굉장히 냉정할 수 있고, 비판적일 수 있어서 제 말보다 더 상처를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공연 전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말을 하죠.
 
다행히도 쇼 케이스에는 이수만 선생님이 오시거든요. 그래서 ‘그때 너희가 좋은 기회가 되면 카메라 오디션 없이 바로 그냥 갈 수도 있다’ 라고 해서 정말 중요한 기회라 밤새서 연습을 시켰어요. 근데 예전에 진기를 SM에 여러 번 보여드렸었는데 반응이 잘 모르겠다고 하셨었거든요. 그날 선생님이 보시고 맘에 드신 거에요. 다행히도 보이스 너무 좋고, 귀엽다고 해주셔서 바로 계약해서 연습생 2년 정도 하고 바로 20살에 샤이니로 데뷔를 했죠. 사실 진기는 저에게 잘해야 되요. (웃음)”
 
“저 친구의 좋은 타고난 운명 ‘천운’이라고 저는 표현을 하는데, 부모님들께도 그런 말씀을 드렸었죠. 진기는 ‘천운’이 좋았고, 그런 기회를 네가 잘 잡은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죠. 그래서 그 두 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근데 포미닛에 가윤이도 있고, 엠블렉에 지오도 있고 에피소드는 많지만 아무래도 SM에 간 친구들이 제가 많이 노력을 하기도 했고 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흐믓해요(웃음)”
 
보컬과 7기였던 열여덟의 남자아이 ‘이진기’는 2006년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고 2년여의 연습기간을 거쳐, 2008년 ‘샤이니’로 정식 데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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